글로벌 머니 픽(Pick)
안녕하세요 독자 여러분
매일경제 글로벌경제부 김유신 기자입니다.
오늘은 각 기업에서 AI를 업무 과정에 적극 도입하고 있는 가운데 돋보이는 움직임 하나를 소개해드리려 합니다.
글로벌 회계·컨설팅업체 EY가 ‘인간적 능력’을 보이는 직원에게 파격 보상책을 내건 것입니다.
인간적 능력 보상에 1억달러
EY 미국법인은 올해 직원 보상에 1억달러를 투입하기로 했습니다. 보상 대상은 적응력, 혁신, 판단력과 같은 인간 고유의 역량을 보여주는 직원입니다.
작은 기여에 대해서는 직원 1인당 최대 500달러를 즉시 지급하고, 회사에 실질적 변화를 가져온 직원 또는 팀에는 최대 2만5000달러 현금을 지급하겠다고 선언했습니다.
EY가 제시한 기준은 크게 세 가지입니다.
①리더십
학습하고 실험하며 협업하고, 필요한 순간 리더십을 발휘하는 행동입니다.
②측정 가능한 결과를 이끌어내는 변화
혁신이나 기술, 성장 등을 통해 실제로 의미 있는 변화를 만들어내는 것입니다.
③영향력
회사에 장기적이고 실질적인 영향을 미치는 행동입니다.
AI 도입에 가장 적극적이었던 EY
EY는 AI 도입에 뒤처진 회사가 아닙니다. 오히려 가장 적극적으로 AI에 투자해온 기업 중 하나입니다.
EY는 2023년 14억달러를 투자해 자체 AI 플랫폼 ‘EY.ai’를 출범시켰습니다. 또 보유한 전문지식과 AI 기술을 결합해 자체 대화형 AI인 'EYQ'를 선보이기도 했습니다. 업계 최초로 감사 업무에 AI 에이전트를 도입한 것도 EY입니다.
이처럼 AI에 적극적인 EY가 이런 보상책을 내건 배경엔 AI를 '많이' 쓰는 것보다 '누가' '어떻게' 쓰느냐가 다른 결과물을 낳기 때문입니다. 이는 연구에서도 뒷받침되고 있습니다.
같은 AI 써도 다른 결과물...차이점은?
KPMG는 텍사스 오스틴대 연구진과 함께 미국 내 사회초년생 523명을 대상으로 직업 현장에서 연구를 실시했습니다. 이들에게 AI 에이전트를 활용해 과제를 수행하도록 한 것입니다.
우선 인간의 개입 없이 AI에이전트가 자체적으로 업무를 수행하게 한 뒤 결과물을 '기준선'으로 삼았습니다. 그 뒤 참가자들이 AI에이전트와 협업한 결과물을 평가했습니다. 그 결과 AI 증폭자(AI Amplifiers, 50.1%), AI 위임자(AI Delegators, 25.8%), AI 견습자(AI Apprentices, 24.1%) 등 세 부류로 나뉘었습니다.
AI증폭자는 AI 단독 결과물을 뛰어넘는 그룹, AI위임자는 AI 단독 결과물과 유사한 수준의 결과물을 내보인 그룹, AI 견습자는 AI 단독 결과물에 미치지 못한 그룹입니다.
연구진은 지식과 기술 수준이 동일하더라도 AI를 활용해 내놓은 결과물엔 차이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을 발견했습니다. 이 차이를 가르는건 '작업 흐름을 총괄'하고, '문제를 잘 정의'하며, '전문 지식을 활용'하며, '결과물을 비판적으로 평가'하고, '이를 반복 수정'하는 과정을 거쳤는지 여부였습니다.
'일잘러'가 AI도 잘 쓴다
AI가 이처럼 모든 산업 현장에 확산하기 전에도 사실 이런 능력치를 보유한 사람들은 '일잘러'에 해당했습니다. 문제를 잘 정의하고, 일의 맥락을 파악하며, 결과물에 대해 비판적인 사고를 하는 사람들은 시대에 관계 없이 핵심 인재로 분류된 것이지요. AI라는 도구는 이제 보편화되고 있지만, 이 무기가 더 날카롭게 쓰이기 위해서는 이를 쓰는 '사람'의 능력치가 중요하다는 점을 상기시켜 줍니다.
채용 시장에서도 인간적 능력 요구
이미 기업들은 이를 간파하고 채용 과정에서 인간적 능력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PwC가 올해 전 세계 27개 국가·지역에서 10억건이 넘는 채용공고를 분석한 결과
AI의 영향을 많이 받는 직종일수록 기업들이 판단력, 창의성, 리더십과 같은 '인간적 능력'을 더 많이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신입사원 채용에 있어서도 이런 현상은 두드러졌습니다. 아마 그 이유는 AI가 신입사원이 담당하던 단순 반복 업무를 대체하고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자료를 찾고, 엑셀을 정리하고, 보고서를 작성하는 업무는 AI가 대체해나가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앞으로 요구되는 업무는 '어떤 자료가 중요한 것인지' 'AI가 만든 결과물을 비판적으로 분석할 수 있는지' '이 결과물을 바탕으로 다른 사람을 어떻게 설득할 것인지' 등일 것입니다.
AI가 만든 결과물에 새로운 가치를 불어넣자
AI 시대에 살아남는 사람은 AI와 경쟁하는 사람은 아닐 것입니다. 이미 많은 분야에서 AI는 인간보다 훨씬 뛰어난 능력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AI를 활용하면서도 AI가 내놓는 답에 가치를 더 고양시킬 사람일 것입니다.
AI 활용 능력 뿐만이 아니라 '인간다운 능력'까지 요구된다니. 우리는 참 어려운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는 생각도 한편으로는 듭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