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 글로벌 픽(Pick)
안녕하세요 독자 여러분
매일경제 글로벌경제부 김유신 기자입니다.
영원할 것만 같았던 글로벌 브랜드의 명성이 저무는 모습이 곳곳에서 포착됩니다.
나이키와 루이비통 얘기입니다.
두 브랜드 모두 코로나 팬데믹을 거치며 높아진 소비자 선호도를 기반으로 주가가 크게 뛰었습니다. 하지만 펜데믹이 끝난 뒤 가파르게 브랜드 경쟁력이 힘을 잃고 있는 모습입니다.
한때 시장을 지배했던 이 브랜드들에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요.
코로나가 기회가 된 나이키
나이키 주가는 2021년 11월 주가가 주당 170달러를 기록하며 고점을 달성했습니다.
코로나 전염병이 확산하며 사람들 간 모임이 제한되고, 외부 활동이 차단됐습니다. 하지만 나이키엔 이런 상황이 오히려 기회로 작용했습니다.
모임이 제한되며 혼자 있는 시간이 늘어나다 보니 운동과 러닝에 대한 관심이 커진 것입니다. 오프라인 매장은 문을 닫았지만, 온라인을 통한 매출은 크게 늘었습니다. 실제로 2021년 나이키 매출은 전년 대비 19% 증가한 445억달러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하기도 했습니다. 특히 나이키가 직접 운영하는 온라인 스토어가 성장을 견인했습니다.
문제는 팬데믹 이후였습니다. 다시 바깥 활동이 재개됐고, 나이키의 온라인 쇼핑 성장세가 크게 둔화되기 시작했습니다.
뾰족함이 부족했던 나이키의 이유 있는 추락
나이키는 과거 에어맥스, 에어조던 등을 앞세우며 소비자들의 마음을 훔쳤습니다. 사람들은 나이키의 혁신성에 열광했습니다. 하지만 그런 발빠른 모습은 더 이상 나이키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실정입니다.
러닝화 시장에서는 온(On)과 호카(Hoka)가 새로운 디자인과 쿠셔닝 기술을 앞세워 빠르게 성장했고, 아식스와 뉴발란스도 세련된 디자인으로 젊은 소비자들에게 주목받고 있습니다.
각각의 브랜드들은 자신만의 강점을 내세우며 소비자들을 공략하고 있습니다. 온은 ‘스위스의 기술력과 독특한 디자인’을, 호카는 ‘두꺼운 밑창을 통한 편안함’을 뉴발란스는 ‘편안함과 레트로 감성’을 강조합니다.
반면 나이키는 너무 많은 영역을 ‘무난한’ 브랜드 정체성으로 커버하려 한 것이 조금씩 점유율을 뺏기게 된 이유로 분석됩니다. 자신만의 '뾰족한' 무기가 없는 셈이지요.
소비자가 브랜드를 소비하는 방식이 바뀌었다
과거엔 마이클 조던, 르브론 제임스와 같은 대형 스포츠 스타가 어떤 브랜드를 착용하는지가 매출의 성패를 갈랐습니다.
하지만 SNS 시대에는 브랜드의 소비 공식이 달라졌습니다. 소비자와 브랜드가 상호 소통하고, 스포츠 스타뿐만 아니라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는 인플루언서들이 소비를 유발하는 경우가 훨씬 많습니다.
온과 호카는 러닝 커뮤니티에서 강한 팬층을 확보했습니다. ‘코니’ 역시 독특한 스니커즈 소비자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습니다.
얇아진 중산층 지갑, 양극화되는 명품 시장
LVMH는 루이비통, 디올 등 브랜드들을 거느린 명품 기업입니다. LVMH도 코로나 펜데믹 이후 2023년 유럽 기업으로는 처음으로 시가총액 5000억불을 넘기며 강력한 브랜드 파워를 입증해냈습니다. 하지만 이후 주가는 하락을 거듭하며 고점 대비 현재 절반 이하로 추락했습니다.
파이낸셜 타임스(FT)는 LVMH가 고전하는 이유 중 하나로 중산층의 얇아진 지갑을 꼽았습니다. 명품 소비는 부유층 뿐만 아니라 중산층의 ‘입문용 소비’가 한 축을 이루는데, 우크라이나 전쟁과 이란 전쟁 등으로 올라간 에너지가격 탓에 물가 부담이 커지며 중산층이 명품에 지갑을 열기 쉽지 않은 상황이라는 것입니다. 베인앤컴퍼니에 따르면 지난 3년간 명품 소비층의 약 15%인 6000만명이 이런 고물가에 명품 소비를 멈춘 것으로 조사되기도 했습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시장은 점점 양극화되고 있습니다. 에르메스와 브루넬로 쿠치넬리와 같은 초고가 브랜드들은 최상위 부유층을 타겟으로 하기 때문에 세계 경제 상황에 따른 부침을 덜 겪고 있습니다.
여기서 LVMH는 딜레마에 직면하게 됩니다. 이미 브랜드 정체성이 중상위 브랜드로 형성되다 보니 초상위층 브랜드와는 인지도와 선호도 면에서 격차가 생길 수밖에 없습니다. 그렇다고 가격을 낮추자니 현재의 브랜드 가치를 훼손시킬 우려가 있고요.
명품 업체들의 베짱 장사…자충수 됐다
사실 코로나 시기를 거치며 명품 업체들은 가격을 쉴 새 없이 올렸습니다. 약 5년 전과 대비하며 50~70%씩 오늘 제품이 상당수입니다. 물론 이런 가격 인상은 전쟁으로 인한 공급망 분절도 영향을 미쳤을 것입니다. 하지만 여기에 밀려드는 수요에 기대 밑도 끝도 없이 가격을 연거푸 끌어올린 업체들의 행태가 자충수가 됐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나이키도, 루이비통에도 어려워진 중국 시장
나이키와 LVMH가 고전하고 있는 공통된 배경으로는 중국 시장에서의 부진이 꼽힙니다. 스포츠 용품 시장에서 중국의 토종 기업들이 발빠르게 신제품을 출시하며 현지 소비층을 적극 공략했습니다. 중국은 나이키의 가장 거대한 시장이었지만, 현재는 2021년 대비 사업 규모가 약 30% 축소된 상황입니다.
중국인들의 명품 사랑은 전 세계적으로 이미 익히 알려진 사실입니다. 한국의 면세점에 한국인보다 중국인들이 훨씬 많이 줄을 선 모습만 보더라도 알 수 있는 사실이지요. 그런데 이 중국 시장에 문제가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중국의 내수가 급격히 나빠지고 있기 때문이지요. 중국의 AI 기술력이 급격히 올라오는 것과는 별개로, 청년 실업률이 날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습니다. 그만큼 경제의 허리층이 얇아지고 있다는 의미입니다. 여기에 중국은 부동산 부실 문제가 수년전 터진 뒤 회복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상당수 서민들이 부실 대출을 떠안으며 소비를 위해 지갑을 열지 못하는 상태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자연스럽게 명품에 대한 소비도 줄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지요.
사실 약 10년 전쯤만 하더라도 나이키와 LVMH의 브랜드 파워는 전 세계에서 놓고 보더라도 꺾이기 어려워 보였던게 사실입니다. 워낙 인지도와 선호도가 높아 이 브랜드를 착용한다는 것 자체가 사람들에게는 선망의 대상이었기 때문입니다.
나이키가 지금의 위기를 뚫고 새로운 ‘혁신적 이미지’를 재구축할 수 있을지, LVMH가 줄어든 수요에 대응해 새로운 브랜드 포지셔닝에 나설지 귀추가 주목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