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독자 여러분
매일경제 글로벌경제부 김유신 기자입니다.
오늘은 끝을 모르고 추락하는 일본 엔화에 대해 살펴보려 합니다.
엔화 가치는 최근 달러당 160엔 근처까지 추락하며 30년만에 최저 수준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일본 정부는 미국과 공조해 환율 방어에 나섰지만 엔화 약세는 좀처럼 멈추지 않고 있습니다. 오늘은 엔화 약세의 원인을 다각도로 분석해봅니다.
커지는 미·일 금리차
엔화 약세의 주요 원인으로 미국과 일본의 금리차가 지목됩니다. 각국의 금리차는 환율을 설명할 때 가장 먼저 등장하는 설명 방식입니다. 미국의 기준금리가 일본에 비해 훨씬 높기 때문에 자금이 미국으로 이동하며 엔화 약세를 가속화시키고 있다는 설명입니다.
최근 엔화 약세가 더 두드러지는 이유는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 때문입니다. 이란 전쟁으로 물가가 좀처럼 잡히지 않으며 미국의 기준금리가 예상보다 더 오랜 기간 고금리를 유지할 것이라는 시각이 우세해지고 있습니다. 여기에 지난 28일(현지시간) 있었던 '잭슨홀 미팅'에서 케빈 워시 연준 의장은 "물가가 여전히 끈적하다"며 금리 인하의 기대를 지운 것도 엔화 약세를 더 부채질하는 요인이 됐습니다.
엔화 흐름과 반대로 가는 일본 국채금리
그런데 독특한 현상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엔화 가치는 추락하는데 오히려 일본 국채금리는 오르는 것입니다.
일반적으로 한 국가의 국채금리가 오르면 해당 국가의 채권에 투자할 때 얻는 수익이 높아지는 것이기 때문에 통화 가치 강세 요인으로 작용합니다. 그런데 일본에서는 국채금리는 오르고, 엔화는 약해지는 기현상이 발생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는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가 적극적인 확장 재정 정책을 추진하는 영향으로 해석됩니다. 다카이치 총리는 고물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식료품 소비세 인하를 예고한 상태이고, 방위비 증액도 추진하고 있습니다.
세금 인하와 재정 확대는 곧 돈 쓸 곳은 늘어나는데 수입은 줄어든다는걸 뜻합니다. 시장은 일본 정부의 정책이 뒷받침되기 위해서는 국채를 발행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즉, 국채 공급이 늘어나면 이는 국채 가격의 하락으로 이어지고, 채권 가격과 반비례 관계에 있는 국채 금리는 상승하는 결과로 이어지는 것입니다.
미국과 공조해 엔화 방어 나선 일본 정부
일본 정부가 손을 놓고 있는 것도 아닙니다. 미국과 일본은 지난 7월 31일 엔화 약세에 대응해 엔화를 매수하는 방식으로 외환시장에 이례적으로 개입했음을 공식 발표했습니다.
하지만 양국의 개입 약 1달만에 엔화 가치는 다시 이전 수준으로 되돌아오는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이 같은 외환시장 개입은 일종의 '진통제'에 가깝기 때문입니다.
일본은행이 금리를 인상하지 못할 것이라는 판단과, '엔케리트레이드' 흐름의 지속은 엔화 가치를 계속 하락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특히 일본이 막대한 국가부채를 갖고 있다는 점은 일본 은행이 금리를 섣불리 빠르게 인상하지 못할 것이라는 시장의 판단을 확고하게 하고 있습니다.
원화와 동조화 현상 깨진 엔화
사실 올해 약세 현상을 보인건 엔화뿐만이 아닙니다. 원화 역시 지난 6월엔 달러 대비 가치가 1559.5원까지 내려가기도 했습니다. 두 통화간 동조화 현상이 깨지기 시작한건 7월부터입니다. 여기엔 복합적 요인이 작용했습니다.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는 몇 차례 통화 긴축 의지를 시사했고, 실제로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 인상을 단행했습니다. 8월 들어서는 기준금리 연속 인상을 실시하며 강한 매파적 의지를 재확인했습니다.
추가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해외에서 막대한 돈을 벌어들이는 반도체 기업들이 국내 투자와 주주환원을 위해 자금을 들여오고 있는 점도 원화 가치를 끌어올리는데 기여했습니다.
엔화의 지속적인 약세, 한국에 반가운 일만은 아니다
다만 투자자 입장에서 원화의 강세와 엔화의 약세가 마냥 좋아할 일은 아닙니다. 통화가치가 방어된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인 측면이 있지만, 일본 기업과 경쟁하는 한국 수출기업의 가격 경쟁력에는 부담이 될 수 있습니다. 자동차와 조선, 기계, 전자 등 글로벌 시장에서 일본 기업과 경쟁하는 업종이 대표적입니다.
반대로 일본 여행을 계획하고 계신 분들이라면 이런 엔화의 약세가 반가운 일일 수 있습니다. 일본 여행에 대한 수요가 높은 상황인데, 이런 엔화 약세 기조에 힘입어 일본 여행객은 더 늘어날 수도 있겠습니다.
엔화 가치 약세, 영원한건 아니다
한편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은 30일(현지시간) G20 재무장관 회의 참석 전 로이터와 인터뷰에서 최근 엔화 움직임에 대해서는 “잘 통제되고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일본 은행이 엔화가치 방어를 위해 기준금리를 인상해야 할지와 관련한 질문에 대해서는 “(우에다 가즈오 총재가) 올바른 결정을 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습니다.
엔화의 움직임을 미국도 계속 예의주시 하고 있고, 공조 하에 대응하겠다는 점을 시사한 것으로 보입니다.
시장은 9월 17~18일 열리는 일본의 통화정책회의를 주시하고 있습니다. 기준금리 인상이 예상되고 있는 가운데, 앞으로 BOJ가 얼마나 빠르게, 긴축 움직임을 실현할지가 엔화 가치의 향방을 좌우할 것으로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