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독자 여러분
매일경제 글로벌경제부 김유신 기자입니다.
오늘은 오는 11월 치러질 미국 중간선거의 최대 변수로 떠오른 ‘데이터센터 건설 반대 여론'에 대해 짚어보려 합니다.
미국 내에서 데이터센터에 대한 부정 여론이 높아지면서 정치인들이 너도나도 규제 신설을 외치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에 따른 주가 영향을 함께 살펴봅니다.
원전보다 더 싫은 ‘데이터센터’
갤럽이 지난 3월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데이터센터에 반대한다는 응답자 비율이 전체 응답자의 71%로 원자력발전소 건설 반대 응답자 비율(53%)보다 훨씬 높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처럼 미국인들이 거주지 근처에 데이터센터가 들어오는 것을 꺼리는 이유는 매우 현실적입니다. 데이터센터로 인해 전기료가 상승하고, 수자원이 낭비되며, 소음이 크게 발생하기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실제로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인공지능 붐으로 늘어난 데이터센터로 인해 향후 13개 주(州)에서 가정과 기업의 전기요금 부담이 향후 3년간 63억달러(약 8조7000억원) 더 늘어날 것이라는 추산이 나오기도 했습니다. 데이터센터의 막대한 전력 수요로 인해 전반적인 전기 요금이 더 늘어나게 되는 것입니다.
“데이터센터에 소변 보내자”
최근 미국의 음료회사 리퀴드데스와 맥주 브랜드 개러지비어는 데이터센터의 물 사용과 관련한 풍자 광고를 게재했습니다. 이는 미국에서 데이터센터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얼마나 광범위하게 확산했는지 보여주는 단면이기도 합니다.
이 광고 영상에서는 미식축구선수 제이슨 켈시가 등장해 “AI 데이터센터가 수백만 갤런의 물을 낭비한다”라며 “우리는 이 데이터센터를 냉각하기 위해 당신의 소변이 필요하다. 다 함께 컴퓨터에 소변을 보자”라며 노래를 부릅니다. 데이터센터에서 발생하는 열을 식히기 위해 쓰이는 막대한 양의 수자원 낭비를 비판한 것입니다.
美 정치인들 동조
이 같은 데이터센터에 대한 부정적 인식은 이미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큰 쟁점으로 떠오른 상황입니다. 미 공화당 상원선거위원회(NRSC)는 내부 메모를 통해 데이터센터 이슈가 이번 선거의 승패를 가를 ‘잠재적 뇌관(Sleeper issue)’이 됐다고 경고하기도 했습니다.
딜레마에 빠진 정치인들도 나오고 있습니다. 플로리다주 주지사 공화당 경선(예비선거)에서 승리한 바이런 도널드 연방 하원의원이 대표적입니다. 도널즈 의원은 지난달 데이터센터 개발에 따른 투자 비용을 민간 개발업체가 부담하도록 하는 ‘요금 납부자 보호법(Protecting Ratepayers Act)’을 발의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동시에 그는 테크 업계에서 자신들에게 우호적인 정치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결성한 정치 단체 ‘리딩 더 퓨처’로부터 상당한 재정적 지원을 받고 있기도 합니다.
그동안 데이터센터 유치를 적극 지지했던 그레그 애벗 텍사스 주지사는 최근 입장을 바꿔 관련 규제 마련에 속도를 내고 있기도 합니다.
뉴욕주 데이터센터 건립 1년 유예도
미국 뉴욕주에서는 데이터센터 문제가 심화되자 50개 주 중 처음으로 50㎿(메가와트)급 이상의 전력을 사용하는 대형 데이터센터 건립 시 관련 환경 허가를 최대 1년간 한시적으로 중단하는 행정명령이 발효되기도 했습니다. 캐시 호컬 뉴욕주지사는 행정명령에 서명하며 성명을 통해 "데이터센터 개발이 공공요금 인상, 천연자원 고갈, 뉴욕 주민들에 대한 불확실성 증대로 이어질 위협이 되는 상황에서 조처하고 앞장서는 것은 나의 책무"라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펜실베니아 주지사는 인허가를 신청하는 모든 데이터센터 사업에 대해 인프라 개발 요건 준수를 요구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습니다.
납작 엎드린 빅테크들
IT 업계에서도 이런 여론을 의식하며 대안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챗GPT 운영사 오픈AI는 데이터센터에 필요한 에너지 비용을 스스로 부담하고 물 사용량을 최소화하는 한편 지역 일자리와 인력 양성에 투자하겠다고 밝혔습니다. 페이스북 운영사 메타도 메타 데이터센터가 2030년까지 지역사회에서 사용하는 물보다 더 많은 물을 복원하겠다는 '워터 포지티브' 목표를 추구하겠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이밖에도 메타는 데이터센터가 있는 지역 사회를 위해 10억달러 규모의 기금 출범도 발표했습니다.
삼전닉스 주가에 데이터센터 부정 여론은 단기 악재
미국 내 데이터센터 착공 지연과 규제 리스크는 국내 대표 반도체 기업인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의 주가에도 직접적인 변수로 작용합니다. 데이터센터 건설과 관련한 규제가 강화될수록 빅테크들의 인프라 건설을 위한 자본지출이 지연될 가능성이 높고, 이는 국내 메모리 업체들의 공급 납기 일정의 조정 우려를 부르기 때문입니다. 11월 중간선거에서 이번 이슈는 더 부각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삼전닉스의 주가는 울퉁불퉁한 움직임을 보일 가능성이 상당합니다.
하지만 빅테크 업체들의 데이터센터 건설을 위한 자본 지출은 앞으로도 불가피합니다. 승자 독식 구조로 돌아갈 AI 패권 경쟁에서 생존하기 위해서는 데이터센터 건설은 불가피하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현재의 부정적 여론을 돌리기 위해 이들은 저전력, 고효율 메모리 확보에 사활을 걸 가능성이 높습니다. 결국 현재 메모리에 있어 압도적인 기술력을 보유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고성능 메모리 프리미엄이 더 높아질 수 있다는 기대감도 장기적으로는 가져볼 수 있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