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머니 픽(Pick)
안녕하세요 독자 여러분
매일경제 글로벌경제부 김유신 기자입니다.
오늘은 글로벌 ‘큰손’들이 조용히 막대한 돈을 쏟아붓고 있는 분야에 대한 얘기를 해보려 합니다. 바로 ‘스포츠’ 입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사위는 ‘재러드 쿠슈너’로 트럼프 2기 행정부 들어 ‘백악관 선임고문’으로 재직하며 외교 정책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습니다. 재러드 쿠슈너의 동생이 바로 ‘조슈아 쿠슈너’인데요, 이 조슈아 쿠슈너가 최근 축구와 농구 등 종목을 가리지 않고 투자에 박차를 가하며 세간의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디즈니 전 CEO와 LA레이커스 지분 인수
조슈아 쿠슈너는 디즈니 CEO 출신인 밥 아이거와 함께 이끄는 투자 그룹을 통해 미국 프로농구 명문 구단인 LA 레이커스 과반 지분을 인수하기로 합의했습니다. 이번 거래에서 LA레이커스의 기업가치는 약 125억달러입니다. 이는 전 세계 스포츠 구단 가운데 가장 높은 평가 가치에 해당합니다.
LA레이커를 매각한 인물은 마크 월터인데, 사실 LA 레이커르를 버스(Buss) 가문으로부터 지난해 인수한 뒤 1년 만에 판 것입니다. 버스 가문은 1979년부터 이 구단을 운영해온 집안입니다. 지난해 인수 당시 LA 레이커스 가치는 100억달러로 평가됐는데 무려 1년 만에 가치가 25% 상승했습니다. 월터가 최고경영자로(CEO)로 재임하고 있는 금융회사 구겐하임 파트너스는 사모 대출 등과 관련한 사기 혐의로 현재 연방 당국의 수사를 받고 있습니다. 월터는 LA레이커스 외에도 미국 프로야구 구단인 LA다저스와 미국여자프로농구 LA스파크스의 구단주이기도 합니다.
쿠슈너, FIFA 자회사 지분 민간 매각에도 관여
지난달엔 잔니 인판티노 FIFA 회장이 월드컵을 비롯한 국제 축구 대회 운영권을 자회사에 맡기고, 지분 일부 매각을 추진하다 국제 축구협회들의 거센 반발에 가로막혀 중단된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습니다. 이를 위한 투자 유치 역시 조슈아 쿠슈너가 설립한 투자사 ‘스라이브 이터널(Thrive Eternal)’이 주도한 바 있습니다.
기술로 복제할 수 없는 자산에 투자
‘스라이브 이터널’ 홈페이지에 올라온 게시글에서는 이들의 투자 원칙을 파악해볼 수 있습니다. 문구는 이렇습니다.
“우리는 새롭게 등장하는 기술과, 이를 뒷받침하는 인프라, 그리고 기술로 변화할 수 있는 기업에 투자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점점 네 번째 범주가 있다는걸 발견하고 있습니다. 바로 ‘기술로 복제할 수 없는 특성을 지닌 자산’입니다. 전통과 정체성, 사람들이 함께 공유하는 경험에 뿌리를 둔 상징적인 구단과 문화 기관 등이 여기에 해당합니다. 인공지능이 범람하고, 콘텐츠 제작이 무한히 확장되는 동시에 유통 채널이 파편화되는 세상에서, 이런 대체 불가능한 자산의 가치는 더 커질 것으로 믿습니다.”
(These are assets with qualities that cannot be replicated by technology. Iconic franchises and cultural institutions rooted in tradition, identity, and shared experience. In a world shaped by abundant intelligence where creation scales and distribution fragments, we believe they will matter even more.)
제프 베이조스도 영국 명문 구단 리버풀FC에 투자
최근 또 하나의 흥미로운 보도가 나왔습니다. 바로 아마존 창업자 ‘제프 베이조스’가 영국의 축구 명문 구단 리버풀 투자에 참여한다는 것입니다. 베이조스가 포함된 투자 그룹은 리버풀의 모기업인 ‘펜웨이 스포츠 그룹(FSG)’으로부터 구단 지분 33%를 인수하기로 합의했습니다. 이 투자 컨소시엄을 이끄는 인물은 인도 철강 재벌 락슈미 미탈의 사위인 아미트 바티아로 알려졌습니다. 베이조스는 투자사 K5 글로벌을 통해 이번 딜에 참여했습니다. 이밖에도 페이스북 공동창업자인 에두아르도 세이버린 부부도 투자자 목록에 이름을 올렸습니다.
이번 인수는 베이조스의 첫 스포츠 구단 투자로, 이번 컨소시엄 참여자 중 가장 큰 규모의 자금 투자자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넷플릭스 월드컵 중계권 입찰 참여 검토
앞서 글로벌 스트리밍 1위 업체인 넷플릭스도 최근 시청자들의 ‘시청 참여도(Engagement)’가 낮아지며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는 소식도 들려드린 바 있습니다. 이에 넷플릭스 경영진은 2030년과 2034년 FIFA 월드컵 중계권 확보를 위한 입찰 참여를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제작을 통한 ‘완성형 콘텐츠’에서 나아가, 실시간 라이브 콘텐츠까지 포트폴리오를 구축하려는 시도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역사적 정체성’과 ‘희소성’이 스포츠 구단의 매력
글로벌 큰손들과 미디어·콘텐츠 업계가 ‘스포츠’에 관심을 갖는 이유는 명확합니다. 기술이 발전할수록 콘텐츠 생산의 비용은 점점 낮아지지만, 시청자를 확보하기 위한 경쟁은 더 치열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반면 스포츠 경기는 기술이 ‘복제’하기 어려운 몇 안 되는 독점적 영역에 해당합니다.
AI 기술이 발전하고 이에 따라 휴머노이드 로봇이 일상화된다고 하더라도, 시청자들은 사람이 행하는 스포츠 ‘경기’에 열광할 것입니다. 스포츠엔 단순한 승패를 넘어선 인간적인 ‘드라마’가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코트와 필드 위에서 선수들이 흘리는 땀과 눈물, 한계에 도전하는 서사는 알고리즘과 로봇이 흉내낼 수 없는 인간 고유의 영역에 해당합니다.
뿐만 아니라 명문 구단들이 보유한 ‘역사적 정체성’과 ‘팬덤’ 또한 자본만으로 쉽게 확보하기 어렵습니다. 스포츠 명문 프랜차이즈는 공급이 극도로 제한된 ‘희소성 프리미엄’이 확보된 자산군이라는 뜻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