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독자 여러분
매일경제 글로벌경제부 김유신 기자입니다.
이번주 글로벌 증시가 요동쳤습니다. 지난 목요일(30일)까지 예상치 못한 주가 급락에 많은 분들이 평정심을 유지하기 힘드셨을 것 같습니다. 다행히 31일에 반등이 나오며 한숨 돌릴 수 있게 됐는데요.
오늘은 이 롤로코스터 증시의 중심에 선 25세 청년 '레오폴드 아셴브레너' 얘기를 해보려 합니다.
상반기 수익률 439%
레오폴드 아셴브레너는 AI 전문 헤지펀드 '시추에이셔널 어웨어니스(Situational Awareness)' 설립자입니다. 올해 상반기(1~6월) 이 펀드가 기록한 수익률은 무려 439%. 월가에서는 그를 ‘AI 노스트라다무스’라고 칭하기까지 했습니다.
이런 경이적인 수익률을 올린 비결은 금융기관 차입을 이용한 AI 관련 기업 집중 투자입니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과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 등에 따르면, 시추에이셔널은 SK하이닉스와 샌디스크, 네비우스, 블룸에너지 등 AI 생태계 핵심 기업에 집중 투자했습니다. 2024년 설립된 지 약 2년 만에 운용자산(AUM)은 200억달러(약 28조6000억원)를 넘어섰습니다.
7월 한 달 만에 무너진 신화
하지만 AI 관련주 급락으로 신화는 한 달 만에 무너졌습니다. 시추에이셔널이 보유한 주요 AI 종목들은 7월 들어 30~40% 넘게 하락했고, 펀드는 한 달 동안 약 67%의 손실을 기록한 것으로 전해집니다.
차입 비중이 높았던 만큼 손실은 눈덩이처럼 불어났습니다. 상황이 악화되자 돈을 빌려준 은행들의 마진콜(추가 담보 요구)이 이어졌고 아셴브레너는 현금 확보가 불가피해졌습니다.
주요 금융기관들과 추가 담보 등 확보를 위한 협의에 나섰고, 결국 켄 그리핀이 이끄는 세계 최대 헤지펀드 시타델이 약 160억달러 규모의 포트폴리오를 인수하기로 결정하며 사태가 일단락됐습니다.
글로벌 증시 안도 랠리
시장에서는 이번 블록딜 거래가 AI 기업들의 주가 반등 계기가 됐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주가 하락->마진콜->강제 청산->추가 주가 하락’의 악순환에 빠질 수 있다는 공포가 시장을 지배했지만, 대규모 강제 청산 우려가 해소되면서 매도 압력이 완화됐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시타델의 포트폴리오 인수 소식이 전해진 뒤 샌디스크(25.99%), 코어위브(21.51%), 오라클(8.34%) 등 AI 관련 종목들이 일제히 급등했습니다.
파산한 가상화폐 거래소, 오픈AI 근무 이력
아셴브레너는 독일 출신으로 15세에 컬럼비아대에 입학해 19세에 수석으로 졸업했습니다. 이후 파산한 가상화폐 거래소 FTX의 창업자 샘 뱅크먼-프리드가 설립한 자선 조직 ‘FTX 퓨처 펀드’에서 근무했고, 이후 챗GPT 개발사 오픈AI의 초지능 연구조직인 ‘슈퍼얼라인먼트’ 팀에 합류했다. 하지만 사내 기밀 유출 논란으로 회사를 떠났습니다.
그는 2024년 ‘시추에이셔널 어웨어니스’라는 제목의 에세이를 발표하며 AI가 사회를 근본적으로 바꿀 것이라는 전망을 제시해 실리콘밸리에서 큰 주목을 받았습니다. 이 글은 실리콘밸리와 월가에서 큰 반향을 일으켰고, 같은 이름의 헤지펀드를 설립하는 계기가 됐습니다.
레버리지 투자에 경종
이번 시추에이셔널의 청산 위기 사태를 두고 레버리지(차입) 투자에 대한 경종을 울렸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한국에서도 '레버리지 ETF' 출시와 주가 급락에 따른 '청산'으로 많은 개인 투자자들의 피해가 발생했습니다. 투자는 당장 내일만 바라보고 하는 게임이 아닙니다. 결국 내가 얼마나 감당할 수 있는지 스스로 돌이켜보고, 이를 파악해야만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