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머니 픽(Pick)
안녕하세요 독자 여러분
매일경제 글로벌경제부 김유신 기자입니다.
오늘은 전 세계 스트리밍 시장의 지배자 넷플릭스가 처한 위기와 이로 인해 촉발된 글로벌 콘텐츠 비즈니스 격변 상황에 대해 살펴보려고 합니다.
주가가 연중 최저가 수준으로 곤두박질치며 불거진 넷플릭스 위기의 본질은 무엇인지, 그리고 한국의 대표 언론사인 중앙그룹의 무더기 회생 신청 사태와는 어떤 고리로 연결되는지 짚어봅니다.
1년 최저점 근처까지… 흔들리는 넷플릭스 주가
글로벌 OTT 시장의 절대강자로 군림하던 넷플릭스의 주가가 고점 대비 크게 하락하며 1년 최저 수준에 다다랐습니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계정 공유 단속과 광고 요금제 도입이라는 강수로 성장의 발판을 만든 넷플릭스였지만, 시장의 시선은 냉랭하기만 합니다. 일시적 실적 부진을 넘어 기존 '넷플릭스의 성장 모델이 한계에 도달했다'는 의구심이 커지는 모습입니다.
시청 참여도 부진
이런 우려는 숫자로 증명됩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넷플릭스 내 핵심 지표인 가입자들의 ‘시청 참여도(Engagement)’가 망가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입니다. 시청 참여도는 이용자들이 콘텐츠를 소비하는 총 시간과 영화·시리즈를 끝까지 시청하는 완독률을 측정하는 지표입니다. 이 지표가 떨어진다는건 그만큼 소비자들이 구독을 해지할 가능성이 높아졌다는걸 뜻한다.
과거에는 가입자 수가 늘어나면 전체 시청 시간도 비례해서 폭발적으로 늘어났지만, 이제는 가입자가 플랫폼에 머무는 시간이 정체되거나 일부 지역에서는 줄어드는 현상이 관측됩니다. 콘텐츠 제작을 위해 투입되는 비용은 매년 급증하는데, 정작 유저들의 ‘시간 점유’는 정체되는 투자 대비 효율성(ROI) 저하 문제가 본격화된 것입니다.
넷플릭스 위기의 원인 '숏폼'
이번 위기는 크게 두 가지 측면에서 비롯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됩니다.
첫째는 ‘시간 점유율 전쟁’에서의 열세입니다. 현재 넷플릭스의 진짜 경쟁 상대는 다른 OTT 회사가 아닌, 유튜브와 틱톡과 같은 무료 숏폼 플랫폼이 되고 있습니다.
즉각적인 도파민을 선사하는 숏폼 콘텐츠에 대한 소비가 더 확대되면서, 1~2시간짜리 영화나 길고 진득한 드라마 시리즈를 소비하려는 욕구 자체가 줄어들고 있습니다.
둘째는 ‘리드 헤이스팅스 시대'의 종료입니다. 약 25년간 넷플릭스를 이끌었던 창업자 리드 헤이스팅스가 경영 전면에서 물러나기로 한 이후 넷플릭스는 갈팡질팡 행보를 보이고 있습니다.
'구독 모델'을 고수하던 해이스팅스의 경영 방침에서 벗어나 넷플릭스가 광고 기반 요금제를 도입한 것이 대표적인 예입니다.
여기에 넷플릭스는 성장 지표의 투명성을 낮추는 행보도 보였습니다. 분기별 가입자 수 공개 중단에 이어 시청 보고서 발행 축소 등 지표를 숨기기 시작하며 시장의 의구심을 키우고 있습니다.
작년 말엔 대형 제작사 워너 브라더스 디스커버리 인수를 추진하고 나서자 주가가 크게 하락하는 모습도 보였습니다. 하지만 이런 대형 M&A마저도 경쟁사인 파라마운트에 빼앗기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넷플릭스의 승부수 '스포츠 중계'
위기에 몰린 넷플릭스도 손을 놓고 있진 않습니다.
우선 실시간 시청 충성도가 높은 라이브 스포츠 생중계와 비디오 팟캐스트, 게임 등으로 영역을 급격히 확장하며 탈출구를 모색하고 있습니다. WSJ 보도에 따르면 넷플릭스 경영진은 2030년과 2034년 FIFA 월드컵 중계권 입찰 참여를 극비리에 검토중입니다.
또 최근엔 대규모 자금을 들여 AI 기술 기업을 인수하는 등, 알고리즘 고도화와 콘텐츠 제작, 추천 시스템에 AI를 전면 이식하려는 승부수를 던졌습니다. 숏폼에 빼앗긴 사용자들의 관심을 라이브 이벤트와 AI 기반 초개인화로 다시 찾아오겠다는 전략입니다.
K-콘텐츠 위기, 중앙그룹 회생
넷플릭스의 성장 정체는 결코 미국만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이는 한국 콘텐츠 생태계에 이미 거대한 폭풍으로 불어닥치고 있습니다. 최근 JTBC, SLL 등 중앙그룹 주요 계열사들이 무더기로 법정관리(회생 절차)를 신청하거나 워크아웃에 돌입한 사태가 대표적입니다.
중앙그룹은 다년간 '콘텐츠' 확보에 사활을 걸고 투자를 집중해왔습니다. 중앙그룹이 가장 공들여온 경영 핵심 사안은 자회사로 두고 있는 종합 콘텐츠사 'SLL'을 확장시키는 것이었습니다. 다만 이에 대한 무리한 투자가 결국 계열사 전체로 번지며 그룹 전체가 흔들리는 결과를 낳았습니다.
넷플릭스도 지금까지의 행보는 '막강한 콘텐츠'를 대량 확보하기만 하면, 구독자를 묶어둘 수 있다는 전략으로 플레이 해왔습니다. 콘텐츠 구입에 막대한 돈을 써온 것도 사실입니다.
'고퀄리티'의 '대형' 작품 확보가 승부를 낼 것이라고 믿었던 '콘텐츠' 산업이 새로운 국면에 진입하고 있는 셈입니다.
콘텐츠 비즈니스, '가성비' 위주 재편되나
결국 지금의 콘텐츠 업계는 "돈을 무한정 쏟아부어 시청자를 끌어모은다"는 전략이 더이상 통하지 않는 시대에 직면한 것으로 봐야할 것 같습니다.
앞으로는 오히려 대작 위주에서 중소형/가성비 중심의 제작 체질 개선, 플랫폼과 제작사 간 합리적인 리스크 분배 등 과정이 철저하게 진행될 것으로 보입니다.
안타깝지만 유통사인 넷플릭스도 대형작 제작 또는 구매에 막무가내로 돈을 쓰기 어려워졌고, 제작사는 더더욱 마찬가지인 상황에 처했습니다.
투자자 관점에서는 넷플릭스가 기존의 구독형, 롱타임 콘텐츠 구조에서 벗어나 숏폼과의 경쟁에서 어떻게 생존하는지, 스트리밍 1위 사업자로서 현재의 위치를 고수할 수 있을지를 면밀히 살펴봐야 할 것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