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머니 픽(Pick)
안녕하세요 독자 여러분
매일경제 글로벌경제부 김유신 기자입니다.
오늘은 글로벌 AI 업계를 뒤흔들고 있는 새로운 패러다임 전쟁, 중국의 '오픈소스(오픈 웨이트)'와 미국의 '폐쇄형(구독형)' 모델 격돌에 대해 살펴보려고 합니다.
딥시크, 문샷 등 중국 AI 기업들이 들고 나오는 가성비 AI가 시사하는 바는 무엇이고, 결과적으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업황에 미치는 영향은 무엇인지까지 다뤄봅니다.
문샷 AI, 초거대 모델 '키미 K3' 전격 공개
중국의 유망 AI 스타트업 문샷 AI가 차세대 AI 모델인 ‘키미 K3(Kimi K3)’를 공개했습니다. 무려 2조8000억 개의 매개변수(파라미터)를 자랑하는 이 모델은 발표 직후 전 세계 AI 학계와 투자자들의 이목을 집중시켰습니다.
가장 놀라운 점은 이 모델의 '압도적인 가성비' 입니다. 키미 K3는 그동안 막대한 투자를 바탕으로 뛰어난 성능을 자랑해온 미국의 오픈AI나 구글, 앤트로픽의 최신 AI 모델들과 비교해도 밀리지 않는 뛰어난 성능을 보여줬습니다. 그러면서도 구동 및 학습에 드는 인프라 비용은 절반 이하로 대폭 낮췄습니다.
작년 초 또다른 중국 AI 기업 딥시크가 가성비 AI 모델을 출시하며 AI 관련 기업들의 주가가 크게 출렁인 바 있는데, 이번에도 비슷한 충격이 발생하고 있는 셈입니다.
게다가 문샷 AI는 이 모델의 가중치(웨이트)를 오픈소스로 전격 개방해, 전 세계 이용자들이 무료로 API를 다운받아 로컬 컴퓨터나 자체 서버에서 구동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AI 모델의 두 갈래: '무료 개방' 中 vs '구독형 폐쇄' 美
현재 글로벌 AI 시장은 기술을 대하는 전략에 따라 크게 두 진영으로 나뉩니다. 소프트웨어를 통째로 무료로 푸는 중국 중심의 '오픈 웨이트(Open-weight)' 진영과, 기술을 숨긴 채 클라우드 인프라 위에서 구독형으로 서비스하는 미국 중심의 '폐쇄형' 진영입니다.
오픈 웨이트 최종 전략은 생태계 장악
중국식 오픈 웨이트 전략은 무료로 API를 풀어 전 세계 개발자들이 로컬 컴퓨터에 이를 다운받아 쓸 수 있도록 하는 방식입니다.
전 세계 개발자들이 비용 부담 없이 모델을 가져다 쓰기 때문에 순식간에 '사실상 표준을 선점할 수 있다는 점이 장점으로 꼽힙니다. 수많은 천재 개발자들이 알아서 버그를 고치고 성능을 개선해 주므로 무료로 기술 고도화를 이룰 수 있습니다. 당장 모델 판매로 돈을 못 벌어도 유료 클라우드 인프라 대여나 정부 보조금, 저렴한 전기세를 무기로 버티며 생태계를 장악할 수 있습니다.
반면 단점은 독점적 지위를 유지하기 어렵고, 단기적 수익 모델을 창출하는데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점입니다.
폐쇄형 모델 장점은 빠른 이익 확보
반면 오픈AI(챗GPT), 앤트로픽(클로드), 구글(제미나이)는 완제품 형태의 소프트웨어를 매달 구독료를 받고 판매해 현금 흐름이 확고합니다. 기술 유출 우려도 적고 고유의 브랜딩을 강화할 수 있습니다. 궁극적으로는 AI 모델 1~2개만이 살아남을 것이라는 생각에 이들 업체들은 모델 고도화를 위해 천문학적인 돈을 쏟아붓고 있습니다. 모델 고도화를 위해서는 자체 연구원들과 데이터센터에 막대한 자본을 계속 투입해야 합니다. 인프라 비용이 워낙 비싸다 보니 당장 이익을 내야 한다는 강한 압박이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AI 인프라 피크아웃 우려와 시장의 공포
이처럼 중국이 '가성비' 높은 고성능 모델을 무료로 풀기 시작하자, 금융시장과 AI 인프라 업계에는공포가 엄습했습니다. "소프트웨어 최적화 기술이 이렇게 발전했다면, 앞으로 엔비디아의 비싼 GPU나 고성능 메모리를 수조 원씩 들여 데이터센터를 도배할 필요가 없는 것 아니냐"는 이른바 'AI 인프라 투자 과잉론(피크아웃)'이 고개를 든 것입니다. 이 때문에 글로벌 AI 하드웨어 관련 주가들이 일시적인 조정을 받기도 했습니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 주가 영향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수혜를 입고 있는 메모리 반도체 분야도 예외는 아닙니다. 즉, 지나친 인프라 투자에 대한 우려는 그동안 고공행진해온 메모리 기업들의 주가에 단기적 하방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다만 앞서 딥시크 쇼크에서 한 차례 반복됐듯, 메모리 수요의 성격 다변화로 오히려 파이가 커지는 계기가 될 수 있습니다.
이유는 우선 추론 트래픽의 폭발적 확장입니다. 키미 K3와 같은 무료 모델이 풀리면 전 세계 수많은 스타트업과 기업들이 이를 기반으로 수만 개의 앱과 서비스를 만들어 출시하게 됩니다. 수억 명의 대중이 일상적으로 이 AI 서비스를 조회하고 사용할 때 발생하는 '추론용 연산 트래픽'은 매우 거대합니다. 이는 결국 데이터센터와 기업용 서버 전반에서 엄청난 양의 고성능 메모리(DRAM 및 HBM) 수요를 자극합니다.
두번째 기회는 개발자들이 로컬 컴퓨터에 AI를 다운로드 해서 사용한다고 해도 메모리 수요는 여전하다는 점입니다. 대형 AI 모델을 직접 매끄럽게 돌리려면, 기기 자체의 메모리 용량과 속도가 획기적으로 향상돼야 합니다. 스마트폰과 PC에 탑재되는 초고속·고용량 DRAM의 채탑량 증가로 이어져 삼성전자와 SK하이닉 등 메모리 기업들의 업황을 견인할 수 있습니다. 스의 레거시 및 차세대 메모리 매출을 견인할 수 있습니다.
여기에 중국과 미국의 AI 모델을 둘러싼 경쟁 가속화는 우리 기업들에게 기회 요인이 됩니다. 미국 빅테크 진영은 현재의 기술적 우위를 계속 유지하기 위해 차세대 언어모델 개발에 더 막대한 돈을 쏟아부을 가능성이 여전히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최태원 회장이 이미 언급했던 메모리 수요가 내년에 더 커진다는 언급을 과장으로 볼 수만은 없는 이유입니다.
그럼에도 위협 요인 살펴야
물론 낙관론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중국발 가성비 혁신으로 인해 AI 서비스 단가가 지나치게 낮아질 경우, 인프라 투자에 나선 빅테크 기업들의 수익성이 악화돼 장기적으로 자본지출(Capex) 축소 기조로 돌아설 위험이 있습니다. 또 로컬 AI 중심의 시장 재편 과정에서 HBM과 같은 고부가가치 칩의 마진 압박이 발생할 가능성도 존재합니다.
결국 투자자 관점에서는 "AI를 쓰는 사용자 환경이 넓어질수록 반도체 수요의 본질은 변하지 않는다"는 점을 기억하되,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의 분기별 CapEx(설비투자) 추이를 지켜봐야만 합니다. 이번주(현지시간 22일) 구글의 실적 발표와 자본지출 언급을 주목해야 하는 이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