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머니 픽(Pick) 안녕하세요 독자 여러분
매일경제 글로벌경제부 김유신 기자입니다.
이번주는 전 세계를 '고물가·고금리' 공포로 몰아넣고 있는 전쟁발(發) 물가 공포를 집중 분석해 봅니다.
개전 100일 넘긴 미·이란 전쟁…'호르무즈 봉쇄' 장기화
지난 2월 28일 미국과 이란의 전쟁이 발발한 이후, 지난 6월 7일부로 개전 100일을 돌파했습니다. 지난 4월 7일 파키스탄의 중재로 극적인 조건부 휴전이 성사되기는 했으나, 이후 양측의 종전 협상은 지루한 교착 상태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가장 큰 문제는 전 세계 원유 해상 물동량의 20%가 통과하는 핵심 요충지, '호르무즈 해협'이 여전히 정상화되지 못한 채 봉쇄되어 있다는 점입니다. 설상가상으로 이란은 향후 종전 협상이 타결되더라도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선박들에 일종의 통행료 성격인 '서비스 요금'을 징수하겠다고 선언하며 글로벌 물류망을 압박하고 있습니다.
비축유 방출도 한계…'배럴당 90달러' 벽에 갇힌 기름값
호르무즈 해협이 막힌 지 3달이 넘어가면서 에너지 가격 상승 여파가 본격화되고 있습니다. 각국 정부는 그동안 아껴둔 예비 물량인 비축유를 풀며 급한 불 끄기에 나섰지만, 이마저도 바닥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실제로 미국의 원유 및 석유류 제품 재고는 22년 만에 최저치로 떨어졌습니다. 전쟁의 완전한 종식이 없는 한 고유가에 대응할 카드가 마땅치 않다는 뜻입니다.
6월 10일 기준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 가격은 배럴당 90달러 선에서 움직이고 있습니다. 전쟁 공포가 최고조에 달했던 지난 3월과 비교하면 10~15달러가량 낮아졌지만, 전쟁 전과 비교하면 여전히 25~30달러나 높은 수준입니다. 고유가의 장기화는 전 세계적인 전방위 물가 상승 압력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미 연준 '금리 인하' 대신 '금리 인상' 만지작…전세계 물가 비상
고유가 폭탄에 각국 중앙은행들의 고심도 깊어지고 있습니다. 미국의 5월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은 4.2%를 기록하며 역대 최고 수준으로 치솟았습니다. 이는 3년 1개월만에 최고 수준에 해당합니다. 지난 2월(2.4%) 이후 매달 상승 폭을 키워가는 모습입니다. 여기에 미국 고용시장마저 굳건한 버팀목 역할을 하면서, 시장에서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연내 금리를 내리기는커녕 오히려 '추가 금리 인상'을 단행할 것이라는 관측이 힘을 얻고 있습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6월 10일 기준 연준의 금리 인상 가능성은 약 70%까지 치솟았습니다.
에너지 쇼크는 미국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한동안 '디플레이션(경기 침체 속 물가 하락)' 우려가 나왔던 중국마저 물가가 들썩이고 있습니다. 5월 중국의 생산자물가지수(PPI)는 전년 동월 대비 3.9% 상승하며 2022년 7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습니다. 3년 5개월간 마이너스 행진을 이어오던 중국 PPI가 전쟁 발발 이후 단숨에 상승 전환한 것입니다.
일본 역시 상황은 비슷합니다. 일본의 5월 생산자물가지수는 3년 2개월 만에 최고치인 6.3%를 기록했습니다. 일본은행(BOJ)은 중동 정세 악화로 인한 석유·화학 제품 가격 상승을 원인으로 지목했습니다. 물가가 예상 경로를 크게 벗어나자, 일본은행은 오는 16일 금융정책결정회의에서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해 연 1%로 올릴 것이 확실시되는 분위기입니다.
한국도 예외 없어...고금리 대비할 시점
대외 의존도가 높은 한국도 전쟁 여파에서 빗겨가지 못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더 큰 우려는 환율이 1550원대까지 치솟으며 한국은행이 통화가치 방어에 나서야 할 명분을 제공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이미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는 "환율, 물가, 부동산 모두 같은 방향을 가리키고 있다"며 7월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금리 인상 단행을 예고했습니다.
투자자 입장에서 만약 금리 인상이 구조적이고 장기화되는 국면이라면 리스크 관리에 나서야 할 시점입니다. 현재 환율 상승 추세로 인한 원화 가치 하락은 외국인들이 한국 주식에 대한 투자를 꺼리게 만드는 요인이 되기 때문입니다. 여기에 '금리'는 경제의 중력 역할을 하며 위험자산의 리스크를 더 높여 상승폭을 제한하게 됩니다. 지금부터는 시장이 전쟁 종식에 대한 기대감보다는, 전쟁에 따른 물가 여파와 금리 인상의 영향권에 놓이게 됐습니다. 다만 험난한 파도를 넘을 수 있게 하는 힘도 전쟁 종식과 호르무즈 해협 정상황에 달렸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