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TC는 GPU Technology Conference의 약자로, 세계 최대 반도체 회사 엔비디아가 매년 주최하는 AI 및 개발자 컨퍼런스입니다. 매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리던 것과 달리, 이번에는 전 세계 반도체 공급망의 핵심인 대만 타이베이에서 열린 점도 이번 연도 컨퍼런스의 특징이었습니다.
2025년부터 가히 AI 인프라의 붐이 일며 AI 학습의 핵심인 엔비디아를 비롯해 GPU에 들어가는 메모리 칩을 생산하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영업이익이 폭발적으로 증가했습니다.
그렇다면 엔비디아의 CEO인 젠슨 황이 그리는 미래가 무엇인지 그의 키노트 스피치를 분석하면 어렴풋이 앞으로 우리가 주목해야 할 AI 산업이 어딘지 확인해볼 수 있을 것입니다.
젠슨 황은 "AI가 일자리를 줄인다는 말은 완전히 터무니없는 소리"라며 AI발 일자리 종말론에 선을 그었습니다. 그는 전 세계 3000만~4000만 명의 소프트웨어 개발자들이 받아 가는 연봉 총액 3조 달러가 현재 에이전트 AI 덕분에 무려 9조 달러 규모의 생산성 가치를 창출하고 있다고 구체적인 수치를 제시했습니다. 생산성이 3배나 폭발하는데 어떤 기업이 고용을 줄이겠냐는 얘기입니다. 이 발언은 AI가 비용 절감의 도구가 아니라, 기업의 매출을 기하급수적으로 늘려주는 강력한 '수익 창출기'로 체질 개선을 마쳤음을 의미합니다.
챗봇은 끝났다, 스스로 일하는 '에이전트 AI'의 도래
황 CEO가 꼽은 이번 컨퍼런스의 가장 큰 화두는 '에이전트 AI'입니다. 인간이 질문하면 답을 하던 기존의 챗봇형 AI 단계를 넘어, 이제는 AI가 인간의 의도를 파악해 스스로 계획을 짜고 필요한 도구를 직접 조작해 결과물까지 완성하는 시대가 이미 도래했다는 것입니다. 황 CEO는 실제로 칩 설계 기업 케이던스와 협업 사례를 인용하며 과거 인간 엔지니어들이 몇 주간 매달리던 디자인 검증 작업을 AI 에이전트가 단 몇 시간 만에 끝내 무려 효율이 40배 늘었다는 점도 강조했습니다.
엔비디아 AI 차세대 칩 '베라 루빈' 전면 양산
가장 주목할만한 워딩은 차세대 AI 플랫폼 '베라 루빈'이 이미 전면 양산 단계에 돌입했다는 것입니다. 베라 루빈은 GPU, CPU, 메모리, 인터커넥트를 하나의 시스템으로 통합한 차세대 AI 컴퓨팅 플랫폼입니다. 엔비디아에 따르면 베라 루빈은 기존 블랙웰 대비 추론 성능을 5배 높이고, 토큰당 비용은 10분의1로 낮춥니다.
베라 루빈은 TSMC의 최첨단 3나노 공정과 삼성전자·SK하이닉스가 공급하는 차세대 HBM4 메모리를 탑재하고 스토리지, 네트워킹 가속기까지 하나의 빌딩 블록으로 묶은 거대한 슈퍼컴퓨터 시스템으로 볼 수 있습니다. 황 CEO는 조립 공정을 혁신해 2시간 걸리던 랙 구축 시간을 단 5분으로 단축했다고 밝혔습니다. 즉 슈퍼 칩의 대량 생산이 가능해진 것입니다.
엔비디아, CPU 영역까지 확장
엔비디아는 인텔과 AMD가 주도하던 CPU 시장까지 영역을 확장하려고 하고 있습니다. 이번에 황 CEO가 공개한 '베라 CPU'는 나노 초 단위로 움직이는 AI 에이전트들의 병목 현상을 해결하기 위해 바닥부터 완전히 새로 설계된 프로세서입니다. 기존 x86 CPU 대비 메모리 지연 시간을 40% 줄였고, 정형 데이터베이스(SQL) 처리 속도는 3배, 실시간 스트리밍 데이터 처리는 6배나 가속합니다. GPU를 넘어 CPU와 네트워킹 시장 전체를 집어삼키겠다는 황 CEO의 포부가 드러난 것입니다.
가정용 AI 슈퍼 컴퓨터
황 CEO는 MS와 손잡고 출시한 새로운 윈도우 머신 라인업을 공개하며 컴퓨터 역사상 가장 큰 대전환을 예고했습니다. 15년 전 피처폰이 스마트폰으로 바뀌며 인류의 삶을 바꾼 것처럼, 미래의 PC는 단순히 인간이 타이핑하고 클릭하는 '도구'에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자율형 개인 AI 비서가 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습니다. 그 중심엔 엔비디아의 기술력이 집약된 차세대 온디바이스 칩 'RTX Spark(스파크)'가 있습니다.
실제로 키노트에서 한 건축가가 노트북 화면에 대고 자신의 공간 설계 의도를 설명하자, 단 몇분만에 조감도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시연하기도 했습니다.
황 CEO는 "미래에는 모든 집에 '가정용 AI 슈퍼컴퓨터'가 한 대씩 들어가 가족들의 에이전트를 상시 가동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엔비디아, 휴머노이드·자율주행 표준 만든다
엔비디아의 시선은 이제 디지털 세계 뿐만 아니라 물리적 현실과 로보틱스로 향하고 있습니다. 로봇의 1인칭 시점에서 세계를 지각할 수 있도록 하는 'Cosmos 3'를 발표했습니다. 또 휴머노이드 로봇 개발 플랫폼인 'Isaac Groot'도 공개해 로봇의 표준 몸체를 직접 제시했습니다. 이를 이용해 로봇 제조사들은 더 수월하게 AI 표준에 맞는 로봇을 개발하고, 더 효율적으로 학습시킬 수 있게 된 것입니다. 그의 키노트 스피치 이후 국내 휴머노이드 로봇들의 주가가 크게 뛰어오른 이유입니다.
고성능 PC 수요 확대되고, 로봇 상용화 빨라진다
그의 이번 스피치를 통해 우선 전 세계 하드웨어(노트북·데스크톱)의 교체 주기가 빨라질 것이라는 걸 예상해볼 수 있습니다. 더 뛰어난 성능의 칩을 탑재한 PC를 이용하는 사람이 업무상 더 훌륭한 아웃풋을 뽑아내고, 삶의 질을 높일 수 있을 것입니다. 그렇기에 향상된 성능을 탑재한 PC를 구매하려는 수요는 더 높아질 것입니다.
한편 황 CEO의 엔비디아는 로봇의 개발 뼈대를 제공해 로봇 생태계를 장악하겠다는 야심을 내보였습니다. 즉 로봇의 상용화가 예상보다 더 빨라질 것이라는 예상이 가능합니다. 로봇 상용화는 스마트 팩토리, 물류, 서비스 산업의 지형을 뒤흔들 수 있습니다. 이 엔비디아의 로봇 플랫폼에 기업들이 얼마나 빠르게 탑승하는지, 또 이 플랫폼상 밸류체인에 속할 수 있는지 투자자들이 주목해야 할 시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