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머니 픽(Pick) 안녕하세요 독자 여러분
매일경제 글로벌경제부 김유신 기자입니다.
이번주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거침없는 외교 행보를 분석해봅니다.
'속 빈 강정' 트럼프 방중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13~15일 중국을 국빈 방문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중국 방문은 작년 9월부터 예정됐습니다. APEC을 계기로 한국에 방문했던 트럼프 대통령이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과 만난 뒤 "내년 초 중국을 방문하기로 했다"고 밝혔기 때문입니다.
마두로 압송·이란 전쟁이 중국 때문?
사실 올해 초부터 미국이 단행한 글로벌 정책들 상당수는 중국에 대한 견제를 염두에 둔 것이었다는 해석이 많습니다. 미국은 새해 벽두부터 베네수엘라에 특수부대원들을 진입시켜 마두로 당시 베네수엘라 대통령을 미국으로 압송해왔습니다.
물론 당시 마두로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은 장기간 갈등을 빚어 왔지만, 실제 미국이 한밤중 군사 작전을 펼친 것에 세계는 경악했습니다.
그런데 자세히 뜯어보면 베네수엘라는 사실 중국에 낮은 가격에 원유를 공급하며 중국의 에너지 병참기지 역할을 하고 있던 국가입니다. 지난 15년간 중국이 약 600억달러라는 막대한 차관을 쏟았기 때문입니다.
이란 전쟁과 관련해서도 중국에 대한 견제 성격도 존재한다는 해석이 있습니다. 중국은 이란의 원유 수출 물량의 80% 이상을 담당하는 최대 구매국입니다. 모든 산업 활동의 핵심 역할을 하는 '석유줄'을 차단해 중국의 발전을 견제하겠다는 의도가 읽힙니다.
시진핑 "대만 문제 잘못 처리하면 양국 충돌" 경고
사실 이런 분위기라면 트럼프 대통령이 우위에서 협상에 임할 것이라고 보는게 더 타당한 해석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실제 이번 미중 정상회담에서는 예상과는 다소 다른 모습이 전개됐습니다. 시진핑 주석이 트럼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단도 직입적으로 대만 문제를 거론하며 "잘못 처리하면 양국이 충돌할 수 있다"고 경고한 것입니다.
중국에 대만 문제는 단순한 영토 문제가 아닙니다. 중국은 과거 제국주의 시절 빼앗겼던 땅을 되찾는 것으로 이를 국가적 과제(중국몽)라고 믿고 있습니다.
중국이 대만 문제에 예민한 이유는 또 있습니다. 중국이 만약 대만 독립을 허용한다면 티베트, 신장 위구르, 홍콩 등 다른 자치 구역의 분리 독립 요구를 막을 명분이 사라집니다. 이는 곧 공산당 일당 지배 체제의 붕괴 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는 공포가 깔려 있습니다.
기대에 못 미친 회담 결과
회담 결과는그동안 형성된 기대감에 비하면 많이 아쉽습니다. 양국은 가장 기대를 모았던 무역, 이란 문제와 관련해 공통된 합의문을 내놓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미국 측은 중국과 호르무즈 개방, 이란 핵무기 반대에 합의했다고 밝혔지만, 중국은 기존 입장을 재확인하는 정도에 그쳤습니다. 무역과 관련해서도 미중 양국이 300억달러 규모의 상품 관세 인하에 합의했다고 했지만, 양국이 첨예하게 이해관계가 엇갈린 희토류 문제, 엔비디아 반도체 수출 등 문제에 있어서는 '빅 딜'을 끌어내지 못했습니다.
트럼프 방중 1주일 뒤 중국 찾은 푸틴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으로 돌아간 뒤 1주일이 채 지나지 않은 19일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중국을 국빈 방문했습니다. 양국 정상이 정상회담을 가진 뒤 내놓은 메시지는 트럼프 대통령 입장에서는 상당히 껄끄럽습니다.
시진핑 주석은 "국제 구도가 큰 변화를 겪고 있고, 세계는 '정글의 법칙'으로 회귀할 위험에 직면해 있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러시아와의 반미전선을 보다 공고히 하겠다는 입장을 시사했습니다.
북 비핵화 합의해놓고 북한 방문 검토
트럼프 대통령의 심기를 불편하게 만드는건 또 있습니다. 타임지에서는 이르면 다음주 시진핑 주석이 북한을 방문할 수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백악관은 미중 정상회담 팩트시트에 양국 정상이 북한의 비핵화 목표를 확인했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방중 종료 뒤 반미 전선을 더 강화시켜 나가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것입니다.
신냉전 시대의 가속화
이런 시진핑 주석의 일련의 행보가 시사하는 바는 명확합니다. 러시아, 북한 등 국가들과 연합해 친미 전선에 팽팽하게 맞서겠다는 것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을 만나자마자 대만 문제를 즉시 꺼내든 점은 이런 그의 뜻을 방증합니다.
미국이 마두로 압송, 이란 전쟁을 통해 중국의 원유 공급망(석유줄)을 옥죄려 하자, 시 주석은 푸틴 대통령을 만나 에너지(석유·가스) 공급을 확약받으며 숨통을 텄습니다.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 취임 이후 일본과의 외교, 안보 갈등이 고조되자 북한이란 카드를 적극적으로 만지기 시작했습니다. 결국 동북아시아를 둘러싼 진영간 대립이 더 격화될 것임이 분명해진 셈입니다.
전략적 모호성 어려워진 韓…그럼에도 기회는 있다
진영 대립이 심화될수록 한국은 미국과 중국 둘 중 하나를 택해야만 하는 선택의 기로에 놓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결국 우리는 한미일 삼각 동맹에 편입되는 쪽을 택해야 하겠지만, 과거 사드 사태처럼 이런 선택에 따른 경제 보복이 언제든 일어날 수 있다는 점은 리스크 요인입니다.
반면 각국의 대립으로 인한 지정학적 긴장감이 커지며 군비 경쟁이 심화하면 오히려 K-방산엔 호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미중 무역전쟁이 원활히 해소될 가능성이 낮은 상황에서 공급망 재편에 따른 한국 기업들의 수혜도 기대해볼 수 있는 지점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