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독자 여러분
매일경제 글로벌경제부 김유신 기자입니다.
이번주는 제가 최근 진행한 애스워드 다모다란 뉴욕대 스턴경영대학원 교수와의 인터뷰 내용을 짚어보려 합니다.
다모다란 교수는 국내에서 저서 '내러티브 앤 넘버스'란 책으로 이름이 잘 알려진 분입니다. 기업 평가에 있어 '스토리'와 '숫자'의 연결이 중요하다는 철학을 지닌 석학입니다.
■스페이스X 기업 주가 평가
이번주 화요일(16일) 일론 머스크의 로켓 기업 스페이스X가 뉴욕 증시에 상장했습니다. 올해는 스페이스X 외에도 AI 공룡 기업인 앤트로픽과 오픈AI의 상장도 줄줄이 예정돼 있습니다. 스페이스X는 상장 전부터 뜨거운 관심을 불러모았습니다.
이미 머스크의 CEO로서의 천재성은 두말 할 필요 없이 익히 알려져 있습니다. 이 때문에 비록 스페이스X가 현재 적자 상태이더라도, 투자 수요가 줄이었고, 성공적으로 상장했습니다. 상장하자마자 시가총액이 글로벌 5위에 안착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다모다란 교수는 지금 스페이스X의 주가가 너무 과열됐다는 의견을 냈습니다. 사실 IPO 이전부터 이런 의견을 냈는데요. 인터뷰에서 그의 말은 이렇습니다.
"스페이스X는 정말 놀라운 기업이다. 이 기업은 세 개의 서로 다른 산업을 재창조했거나, 현재 재창조하는 과정에 있다. 나는 가치 평가를 위해 매우 낙관적인 시나리오를 활용했다. 하지만 이를 토대로 산정해보더라도 그들이 처음 제시한 공모 가치(1조8000억 달러), 그리고 현재 시가총액(2조7000억달러)엔 도달하지 못했다."
■창업자가 할 일은 '자신을 대체 가능하도록' 기업을 시스템화 하는 것
다모다란 교수는 스페이스X의 다소 편중된 지배구조에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했습니다. 현재 스페이스X는 머스크가 차등 의결권까지 보유하며 의결권의 약 83%를 소유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다모다란 교수는 창업자 또는 창업자 가족이 경영 일선에 계속 개입하는 것 자체는 나쁘지 않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사람은 누구나 실수할 수 있고, 이런 실수를 방지할 수 있도록 사내에 '견제 시스템'이 갖춰지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일론 머스크는 천재고, 매우 뛰어난 엔지니어이자 CEO다. 하지만 그가 없는 테슬라와 스페이스X를 상상하기 어렵다. 만약 그 회사에서 유일하게 떠오르는 사람이 단 한명 뿐이라면 거기엔 분명 문제가 있다."
■투자는 유튜브 추천 종목 사는 행위 아냐…개인화된 가치평가 작업 필요
최근 주식시장에 진입한 투자자가 많습니다. 어디서부터, 어떻게 시작할지 막막해하는 투자자가 많습니다. 그래서 다모다란 교수에서 물었습니다. 투자자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그의 답은 '기업의 비즈니스를 이해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것'입니다. 다모다란 교수는 투자를 위해서는 그만큼 자신의 시간을 쏟아 부어야만 한다고 강조합니다. 만약 개별 기업에 대한 분석을 원하지 않는다면, 인덱스 펀드에 돈을 넣는 것이 낫다는게 그의 생각입니다.
"‘이 회사는 어떤 비즈니스를 하는가’ ‘누가 이 제품을 사는가’ ‘왜 이 제품을 사는가’와 같은 질문에 답할 수 있어야 한다.
투자에 전문성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기업을 이해하기 위해 쏟아붓는 시간은 필요하다. 투자는 유튜브에서 누군가 추천하는 종목을 사는 행위가 아니다. 기업의 스토리를 스스로 평가하는 과정이다."
■내재 가치와 시장 가격의 괴리가 오래 지속된다면?
기업 가치 평가를 성실히 수행하더라도 시장 가격이 내가 생각한 가격과 괴리가 장기간 이어질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투자자는 언제 주식을 팔아야만 할까요. 다모다란 교수는 두 가지 질문에 스스로 답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첫째는, 자신의 오류 가능성입니다. 기업 가치 평가를 철저히 진행했지만, '내가 고려하지 못했던 사항이 혹시 있지는 않은가'에 대한 의구심 입니다. 시장은 일반적으로는 합리적이고, 가격은 일시적으로 내재 가치와 괴리를 보일 수 있지만 합리성을 바탕으로 제자리를 찾아가기 때문입니다.
둘째는, '시장이 언젠가 해당 기업을 제대로 평가할 것이라는 믿음(faith)을 갖고 있는지'입니다. 비록 올바른 가치 평가를 진행했다고 하더라도, 가격이 언제 그 가치에 도달할지는 알 수 없습니다. 이를 견디려면 결국 내 평가에 대한 '확신'이 있어야만 할 것입니다.
"당신의 가치평가가 옳고, 시장이 틀렸다고 해서 주식 시장의 가격이 반드시 조정된다는 보장은 없다. 비록 당신이 옳다고 하더라도 파산할 수 있고, 옆집 점쟁이가 점괘를 바탕으로 투자해서 돈을 많이 벌 수도 있다. 세상이 불공평하다고 느낄지 모르지만, 현실은 그렇다. 따라서 시장이 제대로 평가해줄 때까지 내가 해당 기업의 주식을 충분히 들고 갈 수 있는 ‘믿음’이 있는지 스스로 묻고 답을 내려야 한다."
■'트레이더'와 '투자자'는 다르다
다모다란 교수의 말 중 꽤 감명깊었던 얘기가 있습니다. 바로 '트레이딩'과 '투자'를 구분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다모다란 교수는 최근 주식시장에 진입한 사람 대부분은 '주변에서 돈 벌었다'는 얘기를 듣고 투자를 시작한 사람들일 거라고 했습니다. 그는 이 사람들은 '투자자'가 아닌, '트레이더'라고 칭했습니다.
'트레이더'의 관심은 차익일 뿐, 기업가치평가엔 관심이 없다는 겁니다. 이들에게 가장 중요한건 결국 '타이밍'이란게 그의 생각이죠. 만약 시장에 과도한 쏠림이 있다면 주가가 하락하기 전 먼저 빠져오는게 트레이더의 전략이 될 것입니다.
반면 투자자는 다릅니다. 6개월 뒤 주가가 더 높을지에 대한 관심보다는 장기적 관점에서 사고하고, 기업의 비즈니스에 더 집중합니다.
"만약 당신이 ‘투자자’가 되겠다고 마음먹는다면 완전히 다른 게임을 해야 한다. 장기적 관점에서 사고하고, 포트폴리오를 구성해야 한다. 남들이 6개월 뒤 더 높은 가격을 지불할 것이라는 기대로 사는 게 아니다. 해당 기업의 사업과 현금흐름이 좋기 때문에 사는 것이다. 이것이 기업가치평가의 본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