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 글로벌 픽(Pick)
안녕하세요 독자 여러분.
매일경제 글로벌경제부 김유신 기자입니다.
9월 21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증시에서 페이스북 운영사 메타(Meta) 주가가 하루 만에 11% 폭등했습니다.
시장을 뒤흔든 진원지는 메타가 이달 초 야심 차게 선보인 AI 앱 '뮤즈(Muse)'였습니다. 현재 북미 앱스토어에서 챗GPT(ChatGPT)의 제치고 1위를 차지하며 그야말로 돌풍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단순한 챗봇을 넘어 '행동하는 AI'를 표방한 뮤즈가 뭐길래 이토록 폭발적인 시장 반응이 나오는 걸까요?
나보다 나를 더 잘 아는 AI 비서
뮤즈는 문서 작성과 이메일 정리와 같은 일상 업무를 사람 대신 처리해 주는 맞춤형 'AI 에이전트'입니다. 메타의 최신 모델인 '뮤즈 스파크'를 기반으로 구동됩니다.
핵심은 내가 AI와 대화하는 인터페이스 뒤 가상 공간에서 24시간 365일 돌아가는 전용 컴퓨팅 환경입니다. 사용자가 굳이 하나하나 지시하지 않아도 AI가 알아서 가상공간에서 작업을 수행합니다.
내 인스타그램 사진과 취향을 분석해 이번 주말 데이트 코스를 추천해 주는 것은 물론, 취소표를 구하기 힘든 아이맥스 영화의 빈자리를 실시간으로 확인해보고, 자리가 나는 즉시 알아서 결제까지 합니다. 나만의 전담 비서를 모두 갖추게 되는 것입니다.
구독료 대신 '결제 수수료'…게임의 룰 바꿨다
뮤즈의 폭발적 인기 뒤에는 파격적인 가격 정책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실질적인 진입 비용이 '0원'에 가깝습니다. 물론 많이 쓰는 이용자는 월 20달러 또는 월 100달러 요금제가 마련돼 있지만, 일반적인 기능은 사실상 무료로 개방했습니다.
오픈AI(챗GPT), 앤트로픽(클로드), 구글(제미나이) 등 경쟁사들이 월 20달러 안팎의 구독료(SaaS)를 주 수익원으로 삼는 것과는 완전히 다른 접근법입니다.
그렇다면 메타는 막대한 컴퓨팅 비용이 드는 이 서비스를 어떻게 유지하려는 걸까요. 답은 '거래 수수료'에 있습니다.
사용자가 뮤즈를 통해 항공권을 예약하거나 공연 티켓을 사면, 최종 결제처인 항공사나 가맹점으로부터 중개 수수료를 챙기는 모델입니다. 이용자에게 직접 돈을 받는 대신, 상거래 통로를 장악해 수익을 내겠다는 계산입니다.
바짝 긴장하는 빅테크...아마존 뮤즈 차단
새로운 게임체인저의 등장에 가장 먼저 민감하게 반응한 곳은 전자상거래 1위 기업 아마존이었습니다. 아마존은 최근 뮤즈의 자사 쇼핑몰 접속을 차단하는 강수를 뒀습니다.
뮤즈를 통해 아마존에서 물건을 사려던 이용자들에게 '승인되지 않은 AI 에이전트를 통한 접근은 이용약관 위반'이라는 경고 팝업이 뜬 것입니다. 아마존은 '사전 고지 없는 데이터 접근'과 '자체 개인화 알고리즘의 사이트 우회'를 차단 명분으로 내세웠습니다.
하지만 이런 초강수의 배경엔 '소비자 행동 양식의 변화에 대한 공포'가 자리잡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소비자들의 이커머스 행동 방식은 이렇게 작도했습니다. 사이트에 접속해 검색창에 필요한 물건을 검색하고, 리뷰를 훑어봅니다. 이 과정에서 화면 곳곳에 배치된 광고에 노출돼 추가 구매로 이어지는 구조였습니다.
하지만 AI 에이전트가 중간에서 검색과 결제를 대신 끝내버리면, 소비자가 사이트에 머무는 시간 자체가 사라집니다. 아마존의 막대한 디지털 광고 매출과 충동구매를 유도하던 비즈니스 모델의 근간이 흔들리게 되는 셈입니다.
플랫폼 장악 경쟁 시작됐다
AI 에이전트라는 거대한 파도가 단순히 LLM 경쟁을 넘어 전자상거래와 플랫폼으로까지 확장되며 빅테크 간 경쟁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습니다. AI 성능 대결을 넘어 누가 AI를 활용해 플랫폼 장악력을 높이느냐의 싸움이 되어가는 모습입니다.
'AI 성능'은 상수입니다. 이미 플랫폼을 장악하고, 많은 유저를 거느리고 있는 업체가 다른 제국의 영토를 침범해가는 형국인데, 과연 공격과 수비가 얼마나 효과적으로 이뤄질지 지켜봐야겠네요. |